5/5부터 시작된 심리상담은 저번 주로 끝이 났다. 소장님의 안내 덕분에 지원사업을 통해 무료로 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아마 이 상담이 없었으면 지금보다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정신의학과 정기 진료는 벌써 한달을 맞이했다. 경과를 체크하는 짧은 상담시간이 나에겐 단비 같았다. 우울증 약은 다행히도 부작용이 없었고, 불면증도 없어졌다. 하지만 중간에 한번씩 깨거나,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1 ~ 2시간 정도 일찍 깨지는 것들이 이어져서 매주마다 더 강한 수면약을 처방받았다. 결과적으로 약을 먹으면 최대 1시간 내에 졸음이 쏟아져서 잔다. 다만 1 ~ 2시간 일찍 깨는 것은 여전하다. 몸이 충분한 수면시간이라고 인식해서인지, 아니면 오전 7시만 되면 시끄럽게 일하는 옆 공사장 소음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여전히 일어나면 굉장한 피로감이 느껴진다.
두 곳에서 권한, C와의 대화를 2주 전에 했다. C가 그렇게 편하게 말 놓고,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던걸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으로 했다. 이런 이야기는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거라고, 나도 솔직하게 모든 걸 말할 테니 C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줄 것을 당부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6/2에 내가 회사복귀에 대한 감상을 말하는데 왜 비웃었는지, 후배와의 계속되는 스킨십의 이유가 뭔지, 둘이 무슨 관계인 건지 그날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하며 물었다. C는 짧게 웃음이 나오는 버릇이 있다. 이는 나도 알고 있는 버릇이며, 자신의 아내에게는 전부터 남들이 오해할만한 버릇이니 고치라고 혼나곤 했다 한다. 즉, 비웃은 게 아니라 그냥 웃음이 나온 것이란다. 그리고 후배와는 정말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정말 진지하게 정신 차리라고 했다. 아무리 술에 만취했고, 이성이 스킨십을 하면 싫기보단 좋은 게 남자의 본성이라고 해도, 당신은 유부남이라고. 당신 아내와 가족, 후배의 가족 앞에서 똑같이 행동 할 수 있겠냐고. C는 못한다고 답했다.
C는 영악할 때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바보같을 정도로 솔직한 사람이다. 10년 넘게 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이 거짓은 아닌 것을 느꼈다. 물론 진실은 C만이 알기 때문에, 100%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진실은 내가 알 수 없으며, 더더욱이 거기에 계속 매달려서 의심하는 것은 나만 괴로워지기 마련이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C도 나에게 서운했던 일을 말했다. 작년에 종종 자신이 전화를 걸면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서, 다른 작업자 혹은 거래처에 전화가 와서 나중에 전화를 걸겠다고 해놓고는 한참 동안 전화를 안 한 게, 자신도 소중한 시간을 내어 업무 연락을 한 건데 존중받지 못한 거 같아서 서운했다고 한다. 보통 그런 경우는 정말 연락이 여러 사람에게 끊임없이 이어서 온 경우인데, C는 가까운 사람이니까 이해해 주겠지라는 마음이 은연중에 있었다. 이에 대해 진심으로 C에게 사과를 했다.
이야기는 이어져서 부서의 장이 된 C와 업무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길어져서 술집 마감 시간을 넘겼고, 주변을 걸으면서 이야기 하다가 헤어졌다. C에게는 당신에 대한 감정은 누그러져 가지만, 앞으로 어떻게 대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야기하면서 가슴속 응어리가 일부 해소 되었지만, 내가 겪은 일이 없던 일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려고 올라가는 지하철 승강장에서는 그 날 보았던 둘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르고, 아무 관계가 아니라고 한들 도덕적으로 괜찮은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후배를 보면 여전히 분노가 주인, 복합적인 감정들이 마음 속에 떠오른다. 강도는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업무 메신저든, 카톡이든, 대뜸 걸어오는 업무 전화든 연락을 받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얼굴을 안 봐도 이럴진대, 대면하면 오죽할까. 얼굴을 보면 가슴이 옥죄어온다. 그래서 피하고 싶은데 꼭 회의 시간이면 내 맞은편에 앉아서 시야에 계속 들어온다. 차라리 터놓고 이야기라도 하면 응어리가 좀 풀릴까 싶은데, 이미 후배는 이야기를 하자는 나의 제안을 3번이나 무시했다. 일부러든 잊어버려서든 나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에 나도 거기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은 중요한 일의 마감일인데 진행이 너무 엉망으로 되어서 일정이 촉박해졌다. 대표는 오전부터 나에게 자기가 그렇게 강조하고 주의를 줬는데 이렇게 사고가 터지냐며, 자기가 이렇게 하나하나 체크를 해서 일을 어떻게 하겠냐고, 왜 이렇게 수동적으로 일을 하냐고 혼을 냈다. 나도 일정 부분 책임은 있다고 인정하지만 내가 메인으로 담당하는 일도 아니고, 주력으로 일하는 인원 2명이, 특히 1명은 실무자들을 지휘하는 역할이라 더더욱이 그들의 잘못인데 이렇게 욕을 먹는 것이 억울했다. 심지어 실무자들을 지휘하는 1명은 내가 해고 때 나보다는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내 후임으로 앉힌 사람 아닌가. 나보다 더 나을 것이란 판단으로 그 사람을 택했을 텐데 일정을 계속 어기고 중대한 사고를 일으켰으면 그 사람을 탓해야지, 신입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와 다른 1명만 혼을 내는 것이 이해가 안 갔다. 어린 사람을 선배들이 챙기고 돌봐줘야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남이 싼 똥으로 혼나는 것은 상당히 억울하다. 처음에는 나의 안정을 위해 최대한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계속 반복되는 대표의 말에 결국 또 심각한 긴장으로 이어졌다.
상담하는 두 곳에서 모두, 긴장되고 심장이 빨리뛰며 가슴이 옥죄는 게 공황장애 초기 증상이며, 이게 더 심해지면 결국엔 공황장애로 이어진다고 한다. 아직은 경과를 지켜볼 단계라서, 나아질 수도 있고 심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달째 해소가 안되고 이어지는 것이 시간이 더 필요한 적응기간인지, 아니면 계속 심각해져 가는 건지 나는 계속 걱정이 된다. 공황장애는 한번 발병하면 완치가 없다고 하니까.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어떻게 해야 변할 수 있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