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3,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경정신과를 방문했다. 내가 있는 업계는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부터 현역들까지, 우울증을 비롯하여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도 7, 8년전 처음 심리상담을 받기도 했고, 동생도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이 없어서 거부감은 없다. 하지만 나도 약처방을 위해 방문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묘한 기분이었다.
나의 상태를 보기 위해 몇가지 검사를 했다. 우울과 불안 점수가 무척 높게 나왔다. 이는 5월 초 실시했던 심리검사도 같은 결과라 놀랍진 않았다. 내가 힘들어하는 것에 대해 간단한 상담 후 약처방을 받았다. 우울감에 대한 변화는 없지만, 최소 자다 깨기를 반복하는 횟수는 현저하게 줄었다. 다만 여전히 잠들기 힘들고, 일어날 시간보다 1, 2시간 먼저 일어나고, 심하게 피곤한건 마찬가지였다.
이번주 정기검진을 위해 방문 했을 때 추가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기준범위를 초과한 점수가 나올 정도로 심했다. 자살충동 지수는 중간보다 조금 높았다. 의사 선생님은 자살하고 싶은거까진 아니고, 왜 사는지 모르고 삶에 미련이 없는 정도라고 했다. 그리고 수면약도 좀 더 강한걸 처방 받았는데 아직까진 다른걸 모르겠다. 사실 처방 받은 다음날부터 새벽까지 일해서 더 모를지도.
내 PTSD의 원인은 명확하다. 날 해고한 대표에 대한 배신감, 후배의 대응, 후배와 C의 행동이다. 그나마 대표에 대한 배신감은 극복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쉽지 않을거 같다. 정확히는 배신감에 이 업계의 근무특성이 더해진건데, 어제만해도 갑자기 예정보다 미팅이 늦어지고, 이어서 돌발적으로 새로운 미팅이 생겼고, 오늘은 미팅 시간이 완전히 틀어져서 저녁도 못먹고 이제서야 퇴근하고 있다. 사실 일이라는 게 사람이 하는거라 변수가 늘 있는거지만, 그게 나에게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화가 크게 나고, 감정이 요동치며 심장이 빠르게 뛰며 가슴이 옥죄어온다. 어제 오늘 연속으로. 이게 심해지면 공황장애로 이어지는 걸까?
그런 상태에서 미팅에 같이 참여한 후배와 C를 보니 가슴이 옥죄어오는 것이 더 큰 것을 느꼈다. 특히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지는 후배가 내 앞에 앉아 계속 시야에 보이니까 더더욱 심했다. 그러면서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 대표 차 안에서부터 처리하던 업무를 미팅 중에 꾸여꾸역 해서 일부는 끝냈다. 조금만 늦으면 한참이나 기차를 기다려야해서 부랴부랴 회사를 떠났다. 기차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이 증상들이 줄어들까부터 공황장애가 오기 전에 회사를 그만 둬야하나까지. 나름 내 이유가 있어서 복귀한 회사인데, 내 선택에 대해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에서는 후배와 C에 대한 이야기를 C에게는 하라고 조언했다. 그냥 신경도 안쓰고 넘기는 게 제일 베스트지만, 내가 그게 힘들다면 최소 오랜 세월 지낸 C에게는 이야기 하라는 거다. 후배는 이야기 할 가치도 없다고 하고. C에게 이야기하면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릴 것 같긴 한데, 어떻게 이성적으로 잘 이야기할지 걱정이다. 그가 내 생각을 심각하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집에 가서 저녁먹고 이어서 일해야 한다. 주말에도. 그리고 긴장되며 가슴이 옥죄어오는 느낌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내일 모레는 내 생일이다. 정말 최고의 생일이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