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던 프로젝트는 어떻게든 끝냈다. 같이 일하는 모든 스탭들이 너나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해 힘을 모아서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이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가 끝났다는 것이 신기하다. 하지만 기쁘진 않다. 그만큼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갈려 나갔다는 거니까. 내가 잘하지 못 해서라지만 매일매일 대표님께 혼나고 욕먹고, 작업자들에게 마감 독촉하고, 거래처에서 오는 압박들 다 받아내고, 각 파트별 일 잘 돌아가는 지 체크하고, 감독님들에게 사과하고 요청하고...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인데, 가끔 꿈에서도 일을 하고, 사고가 터지는 꿈을 꿀 정도니 거의 24시간, 7일을 일에 시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나 갈아 넣었는데, 아쉽게도 시즌 2 이야기는 없다. 우리가 미흡한건지 거래처가 미흡한건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미국 원청에서 다음 계약을 주저하는 것 같다. 애초에 말도 안되는 일정으로 일을 주었고, 어떻게든 완성을 했으면 퀄리티는 뻔하지 않을까.(물론 우리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갑이라는 위치가, 시작부터 자신들의 실수로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겠지.
일이 끝나면 미련없이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리고 정말 무섭지만, 아예 다른 업계로 이직하려고 했다. 더 이상 사람들과 안 부딪히고, 머리 안쓰고 단순한 일을 하면서 적당히 먹고 살만큼만 벌 수 있는 일로. 그리고 지금까지 알고 지낸 사람들과도 멀어지고 싶어서 아예 연고가 없는, 되도록 바닷가 도시로 이사가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취업 시장이 엄청난 한파라는 뉴스와 주변 지인들의 경험담과 조언들을 계속 들었더니 일단 지금은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는 더 이상 못하겠다. 대표님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들을 들으면 재밌어 보여서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의 고통이 다시 반복된다면 진짜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부서이동신청을 해보려고 생각 중이다.
하지만 회사가 현재 일이 없어서 당장 월급을 줄 재정도 없을 거다. 이런 와중에 인력이 충분한 부서로 이동신청을 한다고 회사가 승인해줄지 모르겠다.
사실 한달 무급으로라도 쉬고 싶은데 돈도 없어서 그 것도 못하겠다.
일이 끝났지만, 아무 것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