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모님께서 기르시던 개가 죽었다.
부모님께서 기르시는 개로는 3마리 째인데, 앞의 2마리는 내가 어릴 때부터 길렀었고 이번 개는 내가 독립한 이후 기르셨다. 그렇다고 완전히 남의 개는 아닌게, 일 때문에 부모님 댁에 머무를 때나, 얼굴 뵈러 갈 때마다 보았던 녀석이라 나도 나름 귀여워 하던 녀석이었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개를 보러 간 적도 있을 정도니까.
처음부터 기르던 건 아니었다. 부모님 지인의 가족이 기르고 있었는데, 모든 가족들이 직장생활을 하는지라 거의 하루종일 집에 방치만 되던 강아지였다. 산책도 안 켰으니 여러모로 강아지 답지 못한 생활을 하면서 사회학습이 안된 상태였는데, 그 가족에서 강아지한테 미안한 마음에 대신 기를 사람을 구하던 차에 부모님께 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 차로 옮기는데 주인이 바뀌는 것을 아는건지, 차라는 공간이 불안한건지 엄청 낑낑거리고 부들부들 떨었다고 한다.(이 습관은 다 커서도 고쳐지지 않아서 데리고 여행 다니는 게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성장배경 때문이었을까, 부모님께서 애정과 정성을 쏟아도 식탁 밑으로 자주 가서 우울한 표정을 지을 때가 많았었다. 다른 개들처럼 애교나 활발함이 없었고, 다른 개들과 같이 있는 것을 불편해했다. 아기었을 때의 경험 때문인지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안 계신다면 분리불안 증상이 좀 심했다. 부모님 기다린다고 현관 앞에 앉아 낑낑 대는 녀석을 보고 있자면 안쓰러움이 밀려들어왔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녀석이 표현할 수 있는 내에서는 우리 가족에게 애정과 신뢰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산책만이 유일한 낙이었던 녀석이기도 하고, 때마침 어머니의 건강 문제도 있어서 집 뒤 조그마한 동산을 제 집처럼 다녔었다. 하루에 2, 3번씩 다녀서 질린 탓인지 그 쪽으로 안가려고 했던 적이 있었을만큼. 아버지가 가끔 데리고 뒷산을 가면 3시간 씩 걸어도 지친 기색 없이 집에 가기 싫어했다고 한다. 그마저도 작년부터 슬개골 탈구가 악화되지 않도록 산책 시간을 대폭 줄였었다.
어쨋든 나름 건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작년 말인가 올해 초부터 심장이 안좋아서 숨 쉬기를 힘들어 하는 때가 종종 있었다. 심장이 좋지 않고, 완치가 안되기 때문에 약으로 악화속도를 늦추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다만 심한 정도는 아니라는 게 다행이었다. 2주 전 출장 때문에 부모님 집에 잠깐 1박 했을 때 나를 보고 반가워해서 흥분하다가 컥컥 거리며 숨 쉬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이야.
부모님께서 외출하신 후 집에 들어와 보니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쓰러지더란다. 이내 숨이 멎어 아버지께서 심폐소생을 시도해봤지만 끝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오실 때까지 어떻게든 버틴건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순간 혼자인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슬픈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도 추스릴 틈 없이 일을 하고 있는 현실이 애석하다.
통키야. 비록 나는 너와 오래 살지 않았지만 정말 예뻐했었어. 너가 좋아하는 방식의 쓰다듬도 나 밖에 할 줄 몰라서 내가 오면 참 좋아했었는데... 이제 부디 아픔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놀면서 지내면 좋겠다. 잘 지내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