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40923

맥주조아 2024. 9. 23. 01:51

매일 매 시간마다 사고가 터진다.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전화하고 카톡한다. 회사 사람들도 나를 부른다. 5분마다 새로운 요청으로 내 기억이 덧씌어지고, 잊은 기억들은 일정의 악영향으로 돌아온다. 모두가 다 퇴근한 밤이 되면 엉망이 된 내 하루 계획을 뒤로 한채 맡길 사람 없는 빵꾸난 작업을 대신한다.
이 짓을 아침부터 밤 12, 1시까지 반복한다. 평일, 주말, 휴일 가릴 것 없이 매일.

회사에서는 감사하게도 가용 가능한 자원들을 아낌없이 지원해준다. 조언과 도움도 많이 준다. 그런데도 이 지경으로 프로젝트를 망치는건, 과연 원청이 엉망이라서 그런걸까, 관리자인 내가 문제인걸까. 둘 다겠지.

전화 밸소리는 커녕 메세지 알림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급격히 불안해지는 가슴을 억지로 억누른다. 힘들고 혼나도 애써 밝은 척, 씩씩한 척 목소리를 크게 낸다. 가족 모임은 참석하지 않는다. 자는 시간 빼고는 일만 하니 생활은 엉망이다. 가족 행사는 참석하지 않는다.

퇴근길에 보이는, 가보고 싶은 술집들 안의 저들처럼 나도 누군가와 웃으며 마시고 싶다. 하지만 그럴 사람도, 시간도 없다.
이 곳에서는, 능력없는 내가 있을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게 낯설어서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애초에 돌아갈 곳도 없다.
그저 아침이 오는 두려움을 잊으려고 숙소에서 술잔 비워내고 취기에 지쳐 쓰러지는 순간만이 유일한 안식이다.

아, 또 아침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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